혹시 ‘모야모야병’이라는 질환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이름만 보면 귀엽게 들릴 수 있지만, 실상은 매우 치명적이고 심각한 뇌혈관 질환입니다.
이 병은 뇌로 향하는 주요 동맥이 점점 좁아지며, 뇌가 제대로 된 혈류를 공급받지 못하는 상태를 초래합니다.
그 결과, 뇌출혈이나 뇌경색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뇌 속 혈관이 연기처럼 퍼져 나가는 특이한 모양 때문에 일본어로 ‘모야모야(もやもや, 뿌옇다)’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모야모야병의 초기 증상부터 원인, 유전 요인, 검사 방법, 치료법까지 모든 정보를 깊이 있고 체계적으로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아직까지도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아 조기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꼭 알고 계셔야 할 내용들입니다.
모야모야병의 증상
모야모야병의 증상은 나이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어린이의 경우 주로 일시적인 운동 마비나 의식 소실, 또는 말을 더듬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증상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반복적으로 나타나 뇌에 손상을 남기게 됩니다.
성인의 경우는 오히려 뇌출혈이 더 흔한 초기 증상입니다.
특히 갑작스러운 두통, 구토,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응급 상황일 수 있습니다.
모야모야병은 신경학적 증상 외에도 두통, 시야장애, 발작, 인지기능 저하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또, 감기나 피로, 과호흡 등으로 인해 일시적인 발작이 유발되기도 하며, 아이들이 달리기나 목욕 후에 갑자기 몸의 한쪽이 마비되는 사례도 자주 보고됩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뇌전증이나 편마비 등 다른 질환으로 오진되기도 합니다.
특히 위험한 점은, 증상이 사라진다고 해서 병이 호전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혈관이 점점 좁아지며 증상이 없어졌다가 더 큰 발작이나 뇌출혈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단순한 실신이나 이상 증상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반복적인 경미한 뇌기능 이상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전문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모야모야병의 원인
모야모야병의 명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연구에 따르면 자가면역 반응,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 이상, 염증 반응, 그리고 유전적 돌연변이 등이 주요 원인으로 의심되고 있습니다.
특히 뇌혈관이 점점 좁아지고 막히는 과정을 보면, 염증성 질환이나 면역 시스템의 이상이 병의 진행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이 추정됩니다.
또한, 모야모야병은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유병률이 높아, 환경적 요인뿐 아니라 인종적인 특성, 식습관, 유전자적 요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100만 명 중 약 10~15명꼴로 발생하고 있으며, 여성에게서 약 2배 이상 더 자주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모야모야병은 선천적으로 혈관이 좁은 경우뿐 아니라, 특정 질병에 의해 이차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운증후군, 갑상선기능 항진증, 신장질환, 방사선 치료 이력 등이 있는 경우 모야모야 증후군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는 ‘이차성 모야모야’라고 구분합니다.
즉, 원인은 단순하지 않으며 아직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점은 모야모야병이 얼마나 신중하게 다뤄져야 하는지를 말해주며, 원인 규명과 예방 차원의 유전자 연구가 계속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유전적 요인
모야모야병은 분명 유전적 성향이 있는 질환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모야모야병 환자의 약 10~15%는 가족력과 관련이 있으며, 특히 부모나 형제자매 중 모야모야병 환자가 있다면 발병 확률이 일반인보다 30~40배 이상 높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RNF213이라는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 유전자는 혈관 형성과 재생에 관련된 기능을 하는데, 이 유전자에 특정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모야모야병의 발병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이 유전자는 동아시아인에게서 더 흔하게 발견되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유독 발병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RNF213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이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어도 반드시 모야모야병이 발병하는 것은 아닙니다.
즉, 유전자는 발병 소인을 강화할 수 있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정기적인 뇌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며, 특히 어린 자녀가 있을 경우 부모가 병력을 잘 설명하고 병원과 지속적인 상담을 유지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유전자 검사 기술의 발달로 인해, 고위험군을 미리 분류하여 사전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단과 치료가 진화하고 있습니다.
모야모야병의 최신 연구 동향과 진료 가이드라인
최근 몇 년간 의학기술과 유전학의 발전으로 인해 모야모야병에 대한 이해와 치료법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현재까지 발표된 주요 연구 흐름과 국내외 진료 가이드라인입니다.
최신 유전자 연구
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그리고 일본의 교토대학병원 등에서는 RNF213 유전자가 모야모야병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 유전자는 혈관 생성 및 유지에 관련된 단백질을 코딩하는데, 이 유전자의 변이가 있는 사람은 모야모야병 발생 위험이 높다고 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본과 한국에서는 전체 모야모야 환자의 70~80%가 이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전형 분석의 의미
유전자 검사를 통해 모야모야병의 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할 수 있게 되었으며, 가족력이 있는 경우 미리 정기적으로 검진을 시행하는 것이 권고되고 있습니다.
조기 진단을 위한 영상기술 진화
기존에는 뇌혈관조영술(DSA)이 표준 진단법이었지만, 최근에는 3D-CT 혈관조영술, MR 혈류 분석(MRA), PET 스캔을 이용한 진단 기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PET 스캔은 뇌의 대사 상태를 보여줄 수 있어, 수술이 필요한 부위의 정확한 평가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정량적 혈류 분석 기술도 발달해 환자의 뇌혈류 상태를 수치화하여 수술 필요성 여부를 보다 명확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진료 가이드라인: 국내·국외
1. 국내 가이드라인
대한신경외과학회는 모야모야병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진료 절차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1) 진단 전 단계: 반복되는 일과성 허혈발작(TIA), 경련, 언어장애 등의 증상 발생 시 MRI 및 MRA 시행
(2) 확진 단계: DSA로 뇌혈관 협착 및 콜래터럴 형성 확인
(3) 치료 결정: 연령, 증상, 뇌혈류 상태에 따라 직접·간접 수술 결정
(4) 수술 후 관리: 정기적 영상검사, 혈압 및 콜레스테롤 조절, 필요시 재활 치료 병행
2. 해외 가이드라인
미국 뇌졸중학회(AHA)에서는 모야모야병을 “조기 개입이 필요한 진행성 뇌혈관 질환”으로 분류하며, 다음과 같은 권고를 합니다.
(1) 증상이 명확한 경우 최대한 빠른 수술 시행
(2) 무증상이라도 뇌혈류 감소가 확인되면 예방적 수술 고려
(3)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경우 가족 구성원 대상 선별검사 실시
치료제 개발 가능성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혈관신생을 유도하는 약물이나, RNF213 유전자 변이를 조절하는 신약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현재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약물들이 있으며, 향후 비수술적 치료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진단 및 검사법
모야모야병의 진단은 뇌혈관의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영상 검사에 기반합니다. 대표적인 진단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검사들이 사용됩니다.
1. MRI(자기공명영상): 뇌의 구조적 이상과 허혈 상태를 파악할 수 있으며, 뇌경색 여부도 확인 가능합니다.
2.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 뇌혈관의 협착 및 ‘모야모야’ 형태의 혈관망 확인이 가능합니다.
3. CT 혈관조영술(CTA): 조영제를 주입해 혈관을 정밀하게 찍어보는 검사로, 혈류의 흐름을 시각화할 수 있습니다.
4. SPECT 검사: 뇌의 혈류 상태를 측정하여 어느 부위에 산소 공급이 부족한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5. 뇌혈관 조영술(DSA): 혈관에 카테터를 삽입하고 조영제를 주입하여 실시간으로 혈관의 흐름을 관찰하는 가장 정밀한 검사입니다.
초기에는 증상이 불명확하거나 일시적이기 때문에 진단이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이상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나 신경외과 전문의를 통한 정밀 검사가 필요합니다.
또한 가족력이 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뇌혈류 검사 등을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진단의 핵심은 '조기 발견'이며, 한번 손상된 뇌 조직은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미리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